2020. 7. 2.
푸념
매번 참자, 그런 말 하지 말자, 좋은 말만 하자.
되도록이면 그런 생각 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인간인지라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가 있긴 하다.
그게 자주 있긴 한데 이렇게 블로그나 남들이 볼 수 있는 공간에 모든 걸 적어내려가는 일은 좀 적은 편인데....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에 대한 일인데 한탄 한 번 안 할 수 있는 건가 싶어서 써본다.
이미 이런저런 글에 짧게 짧게 쓰여져 있는 것처럼 연기일에 대해 갈증이 있다.
그건 아마 본인도 그럴 거고, 바라보고 있는 팬들도 같은 기분일 거라 생각한다. 아니 분명 본인이 그에 대한 갈증이 더 심하겠지... 긴 시간을 지켜봐 온 건 아니지만 적어도 주니어 때 지켜본 몇 년, 그리고 그 전의 필모들을 정리해 보면 첫 드라마인 가면티쳐부터 매년 하나씩은 영화, 드라마 중 하나 쯤은 출연하는 사람이었다. 바타로서의 일도 있었지만, 주연으로서의 일도 있었다. 분명 그렇게 키워진 사람이고, 그런 이미지로 키워진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데뷔하자마자 니세코이가 나왔을 땐 그래도 지금까지처럼 무언가를 시켜주나보다... 했지. 근데 니세코이도 결국 5분이나 나왔나? 특별출연도 그것보단 더 나왔을 것 같다. 그런 분량 준 주제에 바쁜 애 데리고 잡지는 잡지대로 찍고, 무대 인사는 무대 인사 대로 나오라고 하고... 5분 나온 애가 제극에서 부타이 하고 쉴 시간도 없이 달려가서 무대 인사 하고 다시 부타이 하러 가고... 그런 스케줄이었으니까 어느 정도는 나올 줄 알았지... 근데 나온 거 진짜 10분도 안 되는 분량에 매력도 잘 모르겠는 그런 역... 그치만 어쨌든 데뷔하자마자였고, 연기 일을 했다는 거에 의의를 두고 너무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앞으로의 일을 참 많이 기대했었는데 3년차가 된 지금도 아무것도 없다는 게 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내부 부타이이긴 했지만 ~아이가 아닌 드리보를 하기 시작했을 때, 몇 년 간 몸 갈리고 붙들려 있을 거 생각하면 정말 싫었지만 그래도 그가 연기를 할 수 있는 장소, 그리고 관계자들에게 연기를 더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해서 기뻤고, 완성된 부타이를 보고, 그 위에 본인의 역에 몰입해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 일 하나라도 들어올 줄 알았다... 겨울엔 ~아이도 안 나왔으니까... 그리고 관계자들이 보러 온 걸 내 두 눈으로 봤으니까. 근데 세상은 그리 쉽지 않은 건지 가을에도 겨울에도 다시 찾아 온 봄에도 그리고 여름에도 아무 일이 없더라. 그냥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이렇게 미디어 연기일은 하나도 안 주고 연차를 쌓게 만들 건지... 누군가는 버라이어티에서 이미지를 쌓고, 나중에 진지한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사람들을 이끌게 하려는 책략 중 하나 아니냐고 말을 한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저 이상한 책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험도 뭣도 못 쌓은 사람을 갑자기 누가 그렇게 좋은 드라마에, 좋은 역에 꽂으려고 하며, 경험을 쌓지 못한 상태에서 연기만 보여주면 뭐하냐는 거다. 그리고 지금 나이에만 보일 수 있는 연기, 분위기라는 게 분명 있을텐데 그것조차 발휘해보지 못한채 그저 다른 사람들의 연기만 지켜보며 공부하라는 게...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 무대에 서는 모습도, 버라이어티에 나오는 모습도 물론 좋아하고 응원한다. 그리고 이게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어쨌든 연기하는 이 사람을 보고 이끌린 사람이고, 이만큼의 성적을 올리며 팬들도 아등바등 하고 있는데, 본인도 하고 싶다고 계속 말하는데 안 시켜주는 건, 오퍼가 하나도 없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오타쿠가 언제까지나 멍청하게 이 상황을 모르는 척 하고, 버티고, 돈을 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쌓이고 쌓이면 울분이 터지고, 버티지 못하면 무너져 내리고. 그 자신과 그룹의 행보와는 상관없이 무언가 부조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이 느껴지면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거다.
꾹꾹 참고, 꾹꾹 누르고, 언젠가는 오겠지, 순서대로 오겠지, 기다리면 더 큰 무언가가 오겠지.
이렇게 참는 거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고 기다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연기일에 대해서도 그룹일에 대해서도 나는 내 나름대로 많이 참았다고 생각하고, 많이 기다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의견도 표출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데뷔초와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정말 무서우리만큼 바뀐게 하나도 없다. 본인들이, 팬들이 열심히 해 왔지만 일에 관련해선 정말 하나도 바뀐 게 없다는 게...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화내야 할 지. 너무 화가 나서 웃음이 나는 지경이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하고, 언제까지 눈에 보이는 이러한 행동을 할 건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을 허무해하고, 지쳐하고, 절망을 느낀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뭐 그걸 신경 썼으면 진작에 바뀌었겠지만...
문득 생각하다 이러다 청춘 영상물 관련해선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20대 후반을 맞이하게 되는 건가... 싶었더니 말이 너무 길어지고, 샛길로 빠진 거 같지만....
어쨌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의 성적을 내는 사람들이 대우를 못 받는 건 너무 화나는 일이고, 슬픈 일이고, 내 자신이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힘 낼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좋아하고, 응원하고 싶은데 상황이 맘처럼 허락해주지 않는다.
올해도 또 이렇게 지나겠지...
언제까지 체념하며 살아야 하는 건지
머리만 아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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